[현장, 그곳&] 오미크론 확산 후 텅 빈 헌혈의집, 혈액 수급 ‘비상’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경기와 인천 헌혈의집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경기와 인천 헌혈의집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헌혈의집에 헌혈자는 없고 직원들만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천지역의 혈액보유량이 적정치인 5일분보다 약 2일분이나 급감하는 등 헌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지역도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협조체계를 가동할 수준인 ‘주의단계’로 접어들었다.

20일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의 헌혈의집 주안센터. 직원 6명이 헌혈자를 기다리며 텅 빈 베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코로나19 전에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북적이던 시기지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헌혈하기 전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문진실도 3곳 중 2곳은 문을 굳게 닫았다.

김문숙 주안센터장은 반 토막 난 예약헌혈 명단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 센터장은 “평소 같으면 오후 3~4시에 예약자와 대기자로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럴 일이 없다”며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나서는 발길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주안센터는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나온 지역과 인접해 있어 헌혈자가 지난해 1월보다도 502명이나 줄어든 상태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께 남동구에 있는 헌혈의집 구월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구월 로데오 거리의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센터를 찾는 헌혈자도 줄었기 때문이다. 헌혈베드 9개 중 8개는 텅 비어 있었고, 헌혈자에게 줄 이온음료와 초코파이 박스만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용주 구월센터장은 “구월센터는 유독 ‘헌혈 한 번 해볼까’라며 즉흥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거리의 사람이 줄어든 만큼 그런 헌혈자는 더욱 찾을 수 없다”고 푸념했다.

특히 수입할 수 없는 전혈(전체 성분의 혈액)이 부족하면서, 헌혈의집 인근병원 의료진들이 담당 환자의 혈액 확보를 위해 지정헌혈을 하러 헌혈의집을 찾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에 따르면 대대적인 헌혈 독려 활동으로 헌혈건수가 지난해 1월 1만3천807건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이 계속되자 올해 1월에는 1만2천842건으로 전년 대비 975건이나 줄어들었다. 또 적정혈액보유량도 평균 기준일인 5일분보다 부족한 3.1일분을 기록하고 있어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지역의 혈액 확보도 비상이다. 경기혈액원의 혈액보유량은 지난 18일 오전 9시 기준 2.6일분으로 ‘주의 단계’를 나타냈다.

대학적십자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혈액 공급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심각한 혈액 부족 상황”이라며 “혈액 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호·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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