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교장으로 근무하는 안양의 한 초등학교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학교장에게 검찰 구형대로 징역 2년이 선고되자,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범죄 근절을 위해 엄벌을 촉구해온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판결이 디지털 성범죄가 재생산될 수 있는 구조를 사법부가 묵인한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양여성의전화, 안양여성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등은 18일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연대성명에서 “학내에서 위계와 위력에 의한 불법 촬영 성범죄와 통신비밀을 침해한 가해자에게 징역 2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법정형인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란 취지다.
이들은 “성평등을 외면한 판결로 권력 관계가 선명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 성범죄를 신고하고 사회 정의를 이루고자 했던 피해자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을 향해 “애초 구형이 2년에 불과했다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한 범죄 의식이 없는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로 알려졌다.
A씨는 통신비밀을 침해당한 일부 피해자와는 합의를 했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고인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성범죄 종식을 위해 실질적인 엄벌을 내려야 한다”며 “사법부가 성평등 정의에 기여하도록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준영)은 이날 오전 10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시설 취업제한 3년을 병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장임에도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범행이 발각되자 사건은 은폐하기 위해 신고를 미루고 증거를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을 반성하고 초범이며 교육자로서 정년 무렵까지 성실히 근무해온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년과 아동 등 시설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6~10월께 성적 목적으로 자신의 근무하는 학교의 3층 여자화장실에 소형카메라가 든 각티슈를 좌변기 위에 2차례 올려 놓거나 교장실에서 20여 차례 피해자 B씨 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찍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교무실에 녹음기를 설치, B씨 등 교사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도 받는다.
사건이 불거지자 경기도교육청은 같은해 11월 A씨를 파면한 바 있다.
안양=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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