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뜻을 품고 있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의 물리적현상, 빨간‘색’ 파란‘색’ 같은 것을 말하는 뜻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색이 곧 순위인, 색에 따라 울고 웃는, 누군가의 피땀이 색으로 표출되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당초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를 목표로 했다.
17일 현재 우리는 목표를 이뤘다. 정확히는 금 2개, 은 4개, 동 1개로 14위니, 목표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중이다. 동계스포츠에서 각종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선수들이 죽을 각오를 다해 이뤄낸 성과일 것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준비한 그동안의 상황이 있으니 색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이들의 노력 앞에 관객까지 색에 갇힐 필요는 없다. 어떤 색이건 간에 메달을 목에 건 선수에게는 축하를, 메달을 놓친 선수에게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응원을 보내면 그 뿐이다.
그런데 금메달이 아닌 다른 색은 중요치 않다는 듯 곳곳에서 ‘겨우 은메달이라니, 전에는 잘했는데’ 같은 반응들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중계진들도 금이 아닌 메달이 나오면 “이것도 대단한 겁니다”라는 말을 부연한다. 어제 쇼트트랙에서 12년 만에 남자계주 5천m로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단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올림픽을 세계인의 축제라고들 한다. 이번 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논외로 하고, 축제에서까지 순위를 가르는 색에 갇힐 필요가 있을까. 그저 우리 선수들의 경기에 응원으로나마 힘을 더하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안타깝게 제 기량을 발휘 못 한 선수에게는 위로의 박수를 치면 그 뿐 아닐까.
분명한 것은 우리 선수들 모두, 색에 상관없이, 그리고 그 색을 지녔느냐에 상관없이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에게 최고의 위로와 선물을 했다는 사실이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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