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골든타임 놓칠라” 심정지 환자 살리기 힘든 '자동심장충격기'

7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단지 자동심장충격기 보관함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중앙초소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윤원규기자
7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단지 자동심장충격기 보관함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중앙초소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윤원규기자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장소와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제자리에 위치하지 않아 제때 사용할 수 없는 데다 관리 상태마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응급의료제공’ 어플의 위치 안내에선 5개동의 각 승강기마다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중앙경비실에 있다’는 문구만 덩그러니 붙어있는 상태였다. 응급상황을 가정하고 201동에서 경비실까지 뛰어서 이동해보니 왕복으로 6분37초가 소요, 심정지 환자 골든타임인 4분을 초과했다.

이날 오후 오산시 오산동의 오색시장도 자동심장충격기를 제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장 고객지원센터 정문에는 높이 1.5m, 폭 0.5m 규모의 자동심장충격기 관리함이 놓여 있었지만, 높이 2m의 입간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관리함은 굳게 잠겨 있어 직원들이 퇴근한 뒤 상황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고 매달 실시해야 하는 정기점검마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의무적으로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해야 하는 장소를 규정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기관,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이용객 수 1만명 이상의 철도 역사 등이 대상이다. 또 기기를 설치한 안전관리자는 월 1회 이상 의무점검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의무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경기도가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지역 자동심장충격기 2천132대 중 763대(35.7%)는 배터리 및 패드의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3대 중 1대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70% 이상 높아지는 만큼 중요한 기기”라며 “점검에 투입되는 인건비 등이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을 초과하기 때문에 실제 점검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관리 의무가 안전관리자에게 부여돼 있지만,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각각 한 번씩 각 지자체에서 보고받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확인된 곳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