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근 평택거북놀이보존회장(62)에게 거북놀이는 삶의 일부였다. 13살 무렵까지 그가 살던 노와2리를 비롯해 평택지역 곳곳에서 행해지던 놀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주민들은 추석 무렵 수수가 영글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수수잎을 따다 엮어 거북이 모형과 옷을 만들어 놀이를 즐겼다. 이후 평택거북놀이가 세상에 다시 나온 것은 지난 2009년 그가 평택 잔다리예술단에서 활동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회장은 “당시 경기도 민족예술제에 출전한 다른 지역들은 저마다 지역의 민속놀이로 출전했다”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를 찾아 복원할 필요를 느꼈고 어린 시절 동네에서 행해오던 거북놀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고증을 위해 팽성읍 노와2리, 서탄면 내천1리, 서탄면 금각1리, 진위면 은산리 등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아 거북놀이를 재연했다. 이후 2011년 평택거북놀이보존회를 창단해 2012년 평택문화원 웃다리문화촌에서 재현한 거북놀이를 초연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보존회는 지난 2013년 경기도민속예술제 대상, 2014년 제55회 한국민속예술제 은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5년부터 평택호관광단지에서 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정 회장은 평택거북놀이가 경기도로부터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년여간 평택시를 꾸준히 설득해 거북놀이에 대한 학술연구용역을 성사시켰다. 오는 2월부터 착수해 5월이면 보고서가 나온다. 정 회장은 28일 경기도에 신청서를 내고 5월 학술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서류 및 실사 심사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평택거북놀이는 거북이 모형 안에서도 놀이가 이뤄지고 대장 거북이가 떡메로 지신을 달랜다는 특징이 있다. 또 참가자들이 빗자루를 들고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등 다른 지역의 거북놀이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유성이 있다.
정 회장은 “거북놀이는 10세기 고려 현종 때 천안부 직산현 구덕리에서 시작돼 인근지역으로 퍼져나갔다”며 “현재 노와2리 등 평택의 일부 지역은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 전까지 구덕리와 함께 천안부 직산현에 속했으니 평택거북놀이의 역사는 길게 보면 1천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천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유산인데 계승 없이 사라지게 둘 순 없다”며 “평택거북놀이를 지켜나가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평택=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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