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6년째 그대로" 여전한 공동주택 비상구 '닫힘'

사진=김시범기자
사진=김시범기자

생명 탈출구로 불리는 옥상 비상출입문이 경기도 공동주택 곳곳에서 폐쇄돼 있는 것으로 확인,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소방당국도 긴급상황의 경우 최소한의 피난로 확보를 위해 출입문 개방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7일 오전 군포시 금정동의 한 아파트. 20층 꼭대기로 올라가자 비상출입문이 나타났다. 하지만 출입문은 녹슨 자물쇠에 의해 굳게 잠겨있는 상태였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출입문 열쇠가 어딨는지 문의했지만, 220m 떨어진 관리사무소에서 수령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위치한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17층 옥상의 비상출입문 앞에는 초록색 비상구 표시가 붙어 있었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가까이 있어야 할 열쇠보관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주민 김병철씨(33·가명)는 “비상 시에 대피하기 위해 옥상 출입문은 항상 열려있는 줄 알았다”며 “화재 상황을 대비하려면 문을 상시 열어놓거나 주민들에게 열쇠라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에 설치되는 옥상 비상출입문의 폐쇄금지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소방당국은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최소한의 피난 장소 마련을 위해 열어두길 권고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은 다수가 함께 거주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 발생률이 높은 데다 고층 화재 시엔 옥상으로 향하는 피난로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에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동개폐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자동개폐장치는 아파트 옥상 비상출입문에 화재감지기가 연동돼 자동으로 개방되는 장치다. 하지만 2016년 이전에 건축된 공동주택에는 적용되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자동개폐장치 설치 의무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 옥상 비상출입문 자동개폐장치는 3만5천124개동 중 1만9천380개동(55.2%) 설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면 옥상이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은 비용 문제인데 폭 넓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2016년 이전에 지은 공동주택에도 자동개폐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시 피난로 확보 등 안전을 위해 개방할 수 있도록 도민을 상대로 홍보를 더욱 확대하겠다”며 “2016년 이전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자동개폐장치 설치 권고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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