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존중함을 근간으로, 교육과 문화로 삶의 품격을 누리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세월 묘역지로 미술ㆍ문화 소외 지역인 파주 용미리에 전문 학예사들이 상근하는 1종 일반 갤러리 ‘콩세유(CONSEIL) 미술관’을 개관한 정미애 관장(56)의 말이다.
국제앙드레말로협회 최우수작가상(파리) 수상 등의 이력을 자랑하는 정미애 관장은 자연을 심는 작가로서 마티스적인 원초적 색감표현 등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서양화가다. 그는 독특한 콩세유 미술관 건립 철학 때문에 설계부터 개관 당시까지 집중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과 이웃했다는 것 외에 용미리가 보유한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뿐이었다. 넓은 서울시립묘지가 옛 의주대로를 통로 삼아 조성돼 있어 늘 삶과 죽음이 공존해 있고, 미술 등 문화라고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이 지역에 미술관을 개관한다는 구상에 대한 실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동에 ㈜콩세유갤러리 본사를 두고 글로벌기획전시를 진행, 신진작가양성과 현대미술과 품격있는 문화적 감성이라는 명성을 일찌감치 축적해온 정 관장이었기에 주변에선 만류할 수밖에 없었다.
정 관장은 “5년여간 전시 등을 공부한 프랑스의 몽파르나스 등지에는 시내묘지가 있어 자연스럽게 미술관이 관광코스가 됐다”며 “용미리에 공존을 창조하며 미술관을 건립한 이유다. 남편을 설득해 지난 2017년 주거지마저 파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경경북 울진 후포리 출신인 정 관장은 4살 때부터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대학에서 디자인과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했는데, 고향의 그리움과 부친 영향을 받아 소나무와 산양, 해바라기를 주된 그림 모티브로 삼았다. 향후 용미리에 아름다운 산양 테마파크 ‘미미랜드’의 조성 동기가 되기도 했다. 산양은 이미 캐릭터로 창조돼 56부작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같은 철학적 정체성을 갖고 탄생한 콩세유미술관은 광탄면 지역에서 재능기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물관에 팝아트 등 미술교육체험시설을 갖춰 마을주민교육과 방호벽화 작업에도 참여, 해바라기 그림으로 전국새마을중앙회로부터 최우수상을 받게 했다.
정미애 관장은 “용미리에서 삶과 죽음의 공존 의미를 되찾고, 파주 작가 교류와 전시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미술문화를 구축하는 장소로 만들겠다”며 “미술로 시민들과 교감, 행복함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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