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일본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의 옷을 벗기는 게임이 진행됐다. 이 방송의 일부를 담은 동영상은 ‘흔한 성진국 예능’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왔다. 영상에는 팬티만 입은 남성 4명이 스웨터를 입은 여성의 옷을 벗기는 게임이 담겨있다. 남성들이 우스꽝스런 연기를 하며 판넬을 돌리면 여성이 입은 스웨터의 실이 풀려 속옷이 노출되고 가슴이 보이게 된다.
여성 옷 벗기기 게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출시된 ‘와이푸’(Waifu)’라는 게임이다. 이용자가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여성의 옷이 하나씩 사라진다. 게임에서 모두 이기면 여성 캐릭터는 속옷 차림이 된다. 개발사는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남자친구로 변신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모든 소녀들을 정복, 그들의 비밀과 어울리는 도전을 수락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인기게임 1위에 올랐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만회를 넘었다. ‘와이푸’는 15세 이용가다. 중고생 등 미성년자도 성인인증 없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여성 캐릭터의 옷을 벗기는 자극적ㆍ선정적인 게임이 무문별하게 유통되면서 ‘15세 이용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구글플레이 측은 논란 이후 이 게임을 ‘숨김’ 처리했다.
한국게임학회는 “청소년 대상의 선정적 게임이 출시되는 현실을 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 게임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여성 캐릭터를 벗기고 수집하는 것”이라며 “이런 게임이 어떻게 ‘15세 청소년 이용가’로 됐는지 경악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게임의 선정적 내용도 문제거니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크다.
2020년에도 소아성애 내용의 게임이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구글에서 유통돼 파장이 일었다. 유통사인 구글, 게임물 등급을 관리하는 문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각성해야 한다. 정부는 게임물 등급분류체계 개선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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