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딩동, 혼밥입니다” 45만명 방역패스 ‘시한부’ 되다

백신 접종 유효기간 6개월 적용
‘딩동’ 소리에 출입 거부 손님 당혹
전문가 “3차 접종 희망자 한해야”
질병청 “감염 차단 위해 불가피”

'방역패스'에 코로나19 백신 유효기간을 적용한 첫날인 3일 오후 수원시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큐알(QR) 코드 스캔을 하고있다. 오늘부터 백신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미술관과 노래연습장,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윤원규기자
코로나19 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가 시행된 3일 오후 수원시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스캔을 하고있다. 이날부터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식당, 카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윤원규기자

정부가 ‘방역패스’에 시한부와 다름없는 유효기간을 적용하면서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수시로 뒤바뀌는 방역 지침으로 백신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자영업자의 업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낮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식당가. 국밥집 입구에서 울린 ‘딩동’ 소리에 일행 4명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달라진 지침에 따라 방역패스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 시설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흘 전 방역패스의 효력이 끝난 이현길씨(56)는 결국 동료들과 떨어진 채 홀로 다른 식당을 찾아나서야 했다.

정부는 전날까지였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2주간 연장하고 이날부터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날로부터 6개월이다. 지난해 7월6일 이후로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이날 일괄적으로 효력이 만료됐으며, 그 수는 접종 완료자 563만명 중 4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씨는 “화이자 2차 접종 당시 부작용이 심했던 터라 3차 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에 갑작스레 유효기간이 생겨 당황스럽다”며 “식당 입구에서 ‘딩동’ 소리가 울렸을 때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데 마치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게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 같아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시한부 방역패스’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인을 비롯해 QR코드,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손님에게 일일이 앱 업데이트를 안내해야 하는 탓에 일거리만 늘어났다는 게 점주들의 목소리다. 유효기간이 끝나 입장을 거부할 때 기분이 상한 손님들의 역정도 모두 점주들이 감내해야 했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김현주씨(42ㆍ여)는 “인건비가 부담돼 일손을 줄이는 마당에 손님들의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설명하느라 주문을 받기도 어렵다”며 “정부가 멋대로 지침을 바꿀 때마다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데, 방역지원금 100만원 내준 게 전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일상에 혼란을 야기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해 소송까지 제기됐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와 종교인, 시민 등 1천32명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방역패스 행정처분의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방역패스는 곧 백신 접종 강요라는 게 요지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지만,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부스터샷의 효과가 3~4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3차 접종은 고위험군 또는 희망자에 한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 정착을 위해 오는 9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운영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유효기간 도입으로 시설 이용에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감염과 전파를 막기 위해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문기ㆍ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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