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범 내려온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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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밝았다. 올해는 검은 호랑이, 흑호(黑虎)의 해다. 단군신화 속 호랑이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까지, 호랑이는 무섭고 사나워 보이지만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권위와 용맹의 상징으로 우리 역사 속에 깃들어있다.

새해 인사를 나누는 SNS에는 귀여운 호랑이부터 용맹스런 호랑이까지 다양한 호랑이 이미지가 등장했다.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호랑이 기운을 듬뿍 받아 강건하고 무탈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가 썩~ 물러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도 함께.

전국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국토지리정보원은 호랑이가 포함된 지명이 389개에 이른다고 했다. 새해 첫해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경북 포항의 ‘호미곶(虎尾串)’이 대표적이다. 원래 ‘장기곶’으로 불리던 곳인데 한반도 지도 전체를 호랑이 모습에 비유했을 때 이 지역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해서 이름을 바꿨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호산리’도 마을 뒷산이 범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졌다. 5개 행정리로 이뤄진 호산리는 밖범이, 안범이, 밤이고개, 새터범이 등 호랑이와 관련한 다양한 지명이 존재한다. 경기도에선 안성시 금광면 복거리가 과거 호랑이가 살았다고 해서 ‘복호리’로 불렸다. 가평군 청평면의 ‘호명산’은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랑이는 나쁜 것을 물리쳐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져 석상도 많다. 경복궁 근정전 위 기단의 서쪽 계단 기둥엔 백호가 자리해있는데 궁궐과 하늘 등의 서쪽을 관장하고 지키는 신령으로 여겨졌다.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던 서울 인왕산은 조선 건국때 도성을 지키는 우백호로 삼았던 명산이다.

호랑이해를 맞아 유통업계는 ‘호랑이’ 마케팅이 활발하다. 화장품, 맥주, 우유, 커피, 치킨, 제빵 등 곳곳에서 호랑이 캐릭터를 활용한 한정판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톡톡튀는 재밌는 것들이 많다.

새해가 되면 새 희망을 꿈꾼다. 국민 모두가 호랑이의 힘찬 기운을 받아 올 한해 건강하고 활기차게 나아가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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