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과 코로나19에 일찍부터 기승을 부리는 한파까지…올해 목표는 희망이 아닌 생존이 돼버렸습니다”
지난해 이상기후와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경기도내 과일농장이 때 이른 추위에 따른 동해 피해로 어두운 새해를 맞이했다.
2일 오전 10시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한 딸기농장(연면적 3천966㎡ㆍ4개 동). 딸기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자 상큼한 딸기향 대신 열풍기의 등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해 10월 한파주의보가 전년보다 한 달 빨리 발효되는 등 이른 추위로 열풍기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농장주 박진현씨(35ㆍ가명)는 그저 허망하게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뿐이다. 같은 해 9월 예기치 않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모종에 탄저균이 생겨 평균 지름 3㎝ 이상이어야 하는 딸기 크기가 1㎝에 못 미치기에 박씨는 올해 3월 출하를 앞두고 생산량이 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농장체험 손님마저 끊겨 지난해 매출이 3천여만원에서 700여만원으로 감소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실정이다.
이날 오후 1시 찾은 광주시 직동의 배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만3천223㎡에서 24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550그루의 나무에 검게 변한 나뭇가지들이 냉기를 품으며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지난해 초 냉해 피해로 꽃 수정이 안 된 데다 이른 한파에 나뭇가지가 고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평년보다 20% 적게 배가 생산돼 지난해 매출이 3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농장주 김현수씨(48ㆍ가명)는 오는 4월 수확을 앞두고 인건비 마련을 위해 벌써 대출까지 받은 실정이다.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 중인 김미영씨(43ㆍ가명)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강추위로 복숭아나무의 동해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목표가 ‘매출을 올려보자’에서 ‘버텨보자’로 바뀌었다”며 “벌써 흉작이 예상돼 농사를 일찍 접고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따른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데다 영하 날씨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농장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평년보다 빨리 다가온 추위로 도내 과수농장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파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농작물 피해면적이 50ha 이상인 경우 영농자금 상환연기ㆍ이자감면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도내 과수농가가 입은 한파 피해 규모는 1만2천116곳 중 1천630곳(13.4%)으로 농작물 6천378ha 중 1천369ha(21.5%)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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