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옷가지에 파묻히고 불량품 미비…경기도 지하상가 미흡한 소방시설에 안전 위협

사진=윤원규기자
경기도내 노후 지하도상가의 소방 시설물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성남중앙지하도상가에 설치된 재난안전용품 보관함이 각종 물건으로 가려져 있다. 윤원규기자

“불이 나면 알아서 살길 찾으라는 것인가요?”

경기도 지하도상가 내 소방시설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며 대형 인명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오전 10시께 수원역전지하도상가(1980년 준공ㆍ팔달구 매산로1가). 연면적 3천393㎡ 내 이곳의 점포 가장자리에 있는 3.3㎏ 용량의 분말소화기 5개의 지시압력계 눈금이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화기에 가스가 없어 사용할 수 없는 데도 버젓이 비치된 것이다. 더욱이 이 시설의 점검표 역시 찾아볼 수 없어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었다.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셔터 역시 방치된 건 마찬가지였다. 이 시설이 내려오는 곳에는 가로 40㎝, 높이 63㎝의 여행용 캐리어 10개와 100여켤레의 신발 등이 있어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길 만무했다. 또 ‘생명의 문’이라 불리는 비상구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리킨 피난 유도등도 확인돼 실소를 자아냈다.

성남중앙지하도상가(1998년 준공ㆍ수정구 신흥동)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상황이었다.

총 48개 분말소화기 중 절반 수준인 23개가 마네킹과 옷 거치대 등에 파묻혀 해당 시설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 마스크, 구급함 등이 들어 있는 재난안전용품 보관함 앞에는 대형 화분, 청소 도구 등이 놓여 있어 이를 열어보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부천역지하도상가(1981년 준공ㆍ심곡본동)에서도 점포 사이사이에 비치된 15개의 소화기가 옷들에 의해 가려져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었다.

시민 김수현씨(24 ㆍ가명)는 “소방시설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으로 어렵다”며 “매년 겨울철 발생하는 화재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렇게 관리해도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난시설, 방화시설 등의 주변엔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기일보 취재 결과, 대다수의 지하도상가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 화재 발생 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소화시설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겨울철은 전기 합선에 따른 화재 발생 가능성 등이 큰 데다 지하도상가에서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기에 전문가들은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방화셔터, 피난 유도등 등은 시민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로 수시로 점검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하도상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지자체는 현장 확인 후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도내 지하도상가는 이곳들을 비롯해 의정부역지하상가(1996년 준공ㆍ의정부동), 안양중앙지하도상가(1978년 준공ㆍ만안구 안양동) 등 총 5곳이 있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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