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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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TV 대담, 토론 규정을 선거법에 명문화해 처음 도입한 것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때다. 대통령 선거는 1997년 제15대 때 합동 TV토론이 공식 도입됐다. 중앙선관위 주최로 3회의 TV토론이 열렸는데, 평균 시청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이때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선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대선 후보 TV토론 정치가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2012년 11월 열린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공화당 후보가 출연한 TV토론은 매회 5천만~6천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TV토론을 통해 대통령이나 총리 후보를 검증한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에 선관위 주관 대선 TV토론회를 3차례 이상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요하면 횟수 제한없이 개최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미국의 대선 후보 TV토론은 주로 정책 이슈에 촛점을 두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 TV토론은 열려야 한다. TV토론을 통해 후보를 검증할 수 있고,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 한국정치학회의 ‘후보자 토론회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유권자 98.1%가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이용한 선거정보 습득이 효과적’이라고 답한 사람도 74.5%였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토론을 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난다”며 대선 후보 토론회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도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이유를 스스로 폭로했다”고 말했다.

후보자 토론은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선거전에서의 유불리만 따져 토론을 회피하면 안된다. 이는 유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자신의 비전과 철학, 구체적 정책 방향을 토론을 통해 밝혀야 한다. 후보자라면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제대로 검증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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