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플라스틱 어택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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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는 케이크가 엄청 많이 팔린다. 케이크를 사면 플라스틱 빵칼이 따라온다. 동봉된 일회용 빵칼은 한번 쓰고 버리거나 아예 쓰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소비자들이 모여 ‘빵칼 반납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2주간 SNS를 통해 진행된 빵칼 반납 운동에 약 300개의 일회용 칼이 모였다. 반납 타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롤케이크로 기네스북에 오른 파리바게뜨다. 이들은 이 회사 빵칼을 모아 편지와 함께 고객서비스팀으로 보냈다. 제과업계에 원하는 건, ‘요구하지 않으면 제공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파리바게뜨가 대상이 된 것은 제과업계 인지도가 가장 높고 가맹점 수도 많기 때문으로, 이 회사가 움직이면 타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이러한 운동을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라고 한다. 매장에서 물건 구매 후 과대포장된 플라스틱 포장재와 비닐을 분리해 매장에 버리고 오는 운동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다.

플라스틱 어택은 2018년 3월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한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한 음식료업체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돌려받는 캠페인을 벌였다. 빨대는 크기가 작아 선별이 어렵고, 재활용도 어렵고, 소각하면 환경파괴 위험이 커 일회용 빨대를 쓰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통조림 햄 뚜껑 반납운동’도 있었다. 통조림 햄은 이미 완벽하게 밀봉된 상품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뚜껑이 필요하지 않은데 국내에선 과하게 포장해 이를 개선하자는 캠페인이었다. 이후 이 기업은 플라스틱 뚜껑 없는 햄 캔을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도 과대포장의 대표 사례다. 때문에 재활용이 편하도록 용기 재질과 구조를 바꾸라며 ‘화장품 어택’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플라스틱 어택은 더 확산돼야 한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정부 기업이 먼저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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