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벼랑 끝 법인사업자, 살기 위해 방역수칙 어긴다

더노벰버라운지 “생존 위해 방역수칙 어기겠다”
법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손실보상금 대상 배제
오락가락 정부, 일상회복 좌초…시민들도 지지

더노벰버라운지 용인서천점(왼쪽)과 판교운중동점 카페가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거부한 채 매장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박문기 기자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거부하며 생존을 위해 방역수칙을 어기는 카페 매장이 등장했다.

전국의 매장들이 하나의 법인으로 엮인 탓에 아무런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두 달도 못 가 일상회복을 뒤엎은 정부의 조치는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는 게 대표의 하소연이다.

지난 20일 오후 10시께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더노벰버라운지 용인천리점.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를 넘겨 주변 매장들의 간판은 모두 불이 꺼졌지만, 3층 규모의 대형 카페는 홀로 조명을 켠 채 영업을 이어갔다. 직원들이 주문을 받는 계산대 앞에는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층별 면적이 약 700㎡에 달하는 매장의 임대료만 매달 1천200만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이후 용인천리점은 매달 2천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왔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직원 2명을 추가로 고용했지만, 50일도 못 채우고 멈춘 탓에 손실만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오락가락 정부 방침에 시민들도 지지 보내

일상회복 좌초, 자영업자에겐 ‘사형 선고’

비슷한 시각, 판교운중동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반신반의하며 매장에 들어선 손님들은 계산대 앞 ‘정상영업’ 문구를 본 뒤에야 주문을 했다. 자리를 채운 손님들은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으면서도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방침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해당 매장의 영업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더노벰버라운지는 당초 경기ㆍ인천ㆍ제주지역 14곳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 매장들을 운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입 이후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며 누적 적자는 10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지난주엔 서귀포강정점이 폐업을 결정했고, 참다못한 최석률 대표(48)는 ‘살기 위해’ 지난 18일 방역수칙 미준수를 선포했다.

더욱이 해당 매장들은 하나의 법인으로 묶여 있어 정부의 손실보상금 및 방역지원금 대상에서 모두 배제됐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법인사업자가 손실보상금을 받기 위해선 연평균 매출액이 10억원 이하여야 한다. 비슷한 규모의 개별 법인들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매장처럼 법인이 하나로 묶인 경우에는 모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밤 생존을 위해 방역수칙을 어긴 채 영업 강행을 결정한 더노벰버라운지 판교운중동점의 계산대에 '24시간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대현기자

최 대표는 “더 이상 버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함께 땀 흘려온 직원들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매출이 20% 아래로 뚝 떨어졌지만, 과거 매출 규모가 컸던 법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정부는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상회복의 약속을 깨버린 정부의 조치는 자영업자에게 사형 선고와도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제재사항은 사업주의 경우 적발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차수별로 영업에 대한 제한이 이뤄진다. 4차 위반 시엔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최 대표는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결정을 내렸고, 관할 행정당국에선 최근 영업 사실을 인지하고 계도 조치를 선행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손실보상금 제도 자체를 잘못 설계해서 현장에서 이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진짜 ‘손실보상’의 개념이라면 법인 내 사업체가 몇개 있든 보상을 해주는 게 옳고, 이런 관점에서 여러 개의 사업체를 가진 하나의 법인이 아무런 보상을 못 받고 있는 건 사업주 입장에서 충분히 억울할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법인에 대한 손실보상 여부는 소기업 단위로 판단하고 있어 사업체별 매출액 합산이 10억원을 넘어가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해당 기준의 변경은 법령 개정사항이라 당장 부처 차원에서 조정은 어렵고, 최근 정치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지원금 100만원 지급은 이번주 내로 대상과 지급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문기ㆍ김정규ㆍ이대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