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screw)’는 돌려 조인다는 뜻이다. 여기에 물가가 전반적ㆍ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현상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져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란 말이 생겼다.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경제가 지표상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중산층 입장에선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나가야 할 돈은 늘어나는 상황이 그들을 돌려 조이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실질적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8개 국책ㆍ민간 경제연구원의 원장들이 최근 한 세미나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스크루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비슷한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지만, 스크루플레이션은 미시적인 차원에서 쥐어짤 만큼 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체감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이 용어는 헤지펀드업체인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가 10년 전 처음 사용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소상공인 폐업이 줄을 잇고, 일반 국민들도 숨막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저런 여파로 내년에도 우리 경제 앞날이 밝지 않다니 우울하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위드 코로나가 돼도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가계지갑은 얇아지고 있으니 실질 구매력은 갈수록 훼손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누적된 가계부채가 금리 상승과 맞물려 민간 씀씀이를 억누르게 될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 해도 위축된 소비행태가 굳어져 수요 활력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악화될 것이다. 가계 살림을 쥐어짤 만큼 나쁜 상황, 이것이 스크루플레이션 현상이다.
서민ㆍ중산층을 중심으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고, 상당수 기업이 투자계획도 못세운 채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대선주자와 정치권은 우리 경제 현실,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을까? 가족 리스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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