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척과 여씨춘추, 그건 아니야

중국 노나라 때 도척이라는 도적이 있었다. 그는 9천여명 부하를 거느린 도둑의 제왕이었다. 공자가 도척에게 혼쭐 났다. 대도 도척은 도둑 중에 도가 통한 도적으로 공자의 철학을 일컬어 도가 존재하지 않은 곳이 있겠느냐며 공자를 꾸짖었다. 도둑 중에 도가 통하는 큰 도둑이었다.

대도 도척 그는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 도척에게 한번은 부하가 “도둑에게도 도리라는 게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도척이 답하기를 공자의 철학을 빗대 “도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겠느냐. 첫째, 남의 집안에 있는 재물을 미리 헤아려 무엇을 훔칠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도둑의 도리ㆍ이치이며 둘째, 도둑질할 집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들어가는 용기며 셋째, 도둑질을 하고 도망을 칠 때 맨 꼴찌로 서는 것은 도둑의 의리요 넷째, 도둑질을 할 알맞은 때를 알아내는 일은 도둑의 지혜이고 다섯째, 도둑질한 재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어짊, 사랑이라 했다. 위 다섯 가지를 알아야 천하에 제일의 도둑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큰 도둑이 될 수 없다”라고 했다.

도척이 하는 말을 부하가 듣고 그들 하는 짓으로 보아 앞서 말한 다섯 가지에 언행 불일치를 더해야 하지 않겠느냐 싶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똑같은 대답이었다. 문제는 말과 행동이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요즘 위정자 중엔 중국 노나라시대 도둑 도척과 같은 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마치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과 같이 말은 잘하는데 논리에 맞지 않고, 믿음은 가는데 이치에 맞지 않고, 법을 잘 지키기는 하는데 실상이 맞지 않고, 용감하기는 한데 의리에 맞지 않고, 그러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꼴뚜기 날뛰듯 날뛰며 선량한 국민 정신을 쏙 빼놓는다.

때론 가당치 않은 말로 지지를 호소하지만, 자칫 잘못되면 거짓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달콤한 말들로 지지를 유도하는 데 그것도 국민 마음을 훔치는 도둑, 마음을 빼앗는 강도 사기 공갈이 될 수 있다. 정도 차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도둑이었다는 도척과 다를 바 없다. 꼭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만이 도둑이 아니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만이 강도가 아니다. 남의 마음을 빼앗는 것도 도둑이자 강도다.

그런데 다수 위정자 선거 때 걸핏하면 국가가 헌법으로 보장해 준 권리인 투표권을 거짓 가당치 않은 언행으로 속여 훔친다. 누구보다도 정직해야 할 위정자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짓 도둑이나 강도가 할 짓이다. 그런 사람 , 국민이 가려 내쳐야 한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훔치고 빼앗는 자 철저히 가려 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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