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방역패스 안 해도 되고, 도서관은 해야 하고…”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단지 안에 마련된 작은도서관. 학교를 마치고 엄마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던 김소희양(12ㆍ가명)은 그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작은도서관 입구에 부착된 방역패스 안내문 때문이다. 안내문은 지난 6일부터 작은도서관이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지정됐다며 2차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이들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주민 박해욱씨(37)는 “하교 후 아이와 같이 책 한 권 빌려 있는 게 일상이었지만,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금단의 구역으로 전락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갈 곳을 잃은 이용객들의 모습에 작은도서관 측도 답답한 실정이다.
집 근처 소규모 도서관이란 작은도서관 특성상 대부분이 대출 이용객들로, 이들이 머무르는 시간은 고작 몇 분도 안되지만, 방역패스란 명목에 도서관 문턱조차 넘지 못해서다.
정부가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방역패스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공립도서관은 물론 작은도서관도 범주에 포함돼 이용객들은 물론, 일선 관계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작은도서관을 방역패스 적용대상 시설로 지정, 오는 12일까지를 계도기간으로 설정했다. 대상은 12세 이상이지만, 12~18세는 내년 2월부터 적용된다.
이 같은 지침에 백신 미접종자란 이유로 하루아침 작은도서관 출입이 불가해진 이용객들은 혼선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시에 관련 문의만 수건에 이른다.
더구나 지침이 내려오면서 방역패스 확인을 위한 기자재 등 예산 지원도 전무한터 여서 영세한 규모의 작은도서관은 부랴부랴 저렴한 가격대 중고 전자기기를 물색하는 실정이다.
기흥구 한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방역패스는 수기작성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해 태블릿PC를 구입하게 됐다. 적은 예산에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라며 “대안을 만들어놓고 지침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작은도서관이 방역패스 도입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일선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워 한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방역지침도 강화되는 탓에 지역 내 작은도서관 143곳 중 상당수가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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