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시티 수원] 미리 둘러본 지동 행정복지센터

모든 방문객 차별 없게… 공공건축물에 ‘인권’ 담았다

지난 5월 조청식 수원시 제1부시장이 인권청사 건립 현장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오래된 건축물들 사이에서 시민들의 눈길을 유독 사로잡는 커다란 2층 신축 건물이 화제다.

노란색 외관과 투명한 유리창이 따뜻하면서도 개방적인 느낌과 안정감을 주는 지동 행정복지센터다. 수원시가 공공건축물에 인권을 담아내는 첫 시도로 4년여 만에 완성해 낸 결과물이다. 오는 6일 주민들을 맞이하게 될 수원시 최초의 인권청사, 지동 행정복지센터를 미리 둘러봤다.

5-주민설명회
지난 2017년 10월 인권영향평가협의회가 지동 행정복지센터 신축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낙후된 도심 ‘지동’의 변화를 꿈꾸다

수원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화성행궁과도 인접한 지동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구도심이다. 총 5천900여 세대 1만2천500여명이 거주하는 이곳 주민의 21%는 노인이다. 또 건축물의 60%가 1960~1970년대에 준공된 건물로 동네가 전체적으로 노후화된 상태다.

지난 1989년 11월에 건립된 기존 행정복지센터의 공간은 복지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협소하다.

이에 지난 2014년부터 지동 행정복지센터 신축을 논의해 오던 수원시는 2017년 공공건축물에 인권을 담는 작업의 모델 역할을 할 첫 번째 인권청사 신축사업으로 지동을 낙점했다. 낙후된 주거 환경은 물론 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고, 사회기반시설 등이 부족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인권청사가 건립되면 주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구심점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3-지동 인권청사 1층 로비
지동 행정복지센터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못골마루’와 바닥 안내판.

■눈길, 손길, 발길 닿는 곳마다 ‘인권’

지동 행정복지센터가 ‘인권청사’라는 사실은 외부 진입로부터 드러난다. 바깥 인도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다. 진입로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에 단차가 없어 ‘누구에게나 친절한’ 공간이다.

인권은 내부 시설 구석구석에도 자리를 잡았다. 자동문 버튼은 일반적인 위치보다 한참 아래 설치됐다.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사람, 허리가 굽은 노인 등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1층 중앙홀 바닥에는 공간별 안내판이 설치돼 쉽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공간에 개방감을 주는 유리 벽에는 시선이 머무는 위치에 픽토그램을 활용한 사인물을 연속적으로 부착했다.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간별로 안전을 고려한 시설물 배치도 이뤄졌다. 각 공간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는 화재 시 대피요령과 소화기사용법, 피난로가 상세하게 적힌 안내판이 자리 잡았다. 복도 등 바닥 면 테두리는 일정 구간을 진한 색상으로 시공해 시야감을 통해 공간의 구조와 동선을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했다.

2-지동 인권청사 1층 민원실
지동 행정복지센터 1층에 마련된 민원실.

■참여와 소통, 배려를 담은 행정복지센터

지동 인권청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연면적 2천560㎡ 규모다. 각 층에는 행정업무 공간과 주민들의 자치공간, 휴게공간 등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우선 1층으로 들어서면 아늑하게 자리 잡은 ‘못골마루(문고)’가 방문객을 맞는다. 로비 자체가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는 열린공간이다. 왼편에는 민원실이 있다. 독립된 복지상담실을 마련해 이용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했다.

오른쪽은 ‘못골마실’이라는 이름의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위치해 있다. 빔프로젝터와 스크린, 간단한 수도시설 등이 마련돼 주민 누구나 언제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될 전망이다.

2층은 주민들의 요구가 대거 반영된 공간들이 들어섰다. 대규모 행사가 가능한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역할을 할 못골사랑뜰, 공유주방인 못골부엌,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 동대본부 등이다.

건물 중간을 통로 삼아 앞뒤로 발코니를 배치해 개방감을 더했으며, 벽면에 롤스크린 등 다양한 전시 방법을 활용해 인권갤러리와 지동 역사 갤러리로 활용하게 된다. 복도는 향후 2단계로 문화복지동을 건립하면 연결통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2층 한켠에 마련된 ‘쉼마루’는 청소 용역원 등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에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개별 옷장과 바닥 온돌 등이 설치됐다.

1-지동 인권청사 전경
수원시 최초의 인권청사로 건립된 지동 행정복지센터 전경.

■건축의 전 과정에 인권을 담다

수원시가 지동 행정복지센터에 구현해 낸 ‘인권청사’는 사용하기 편리한 시설로 국한되지 않는다. 수원시는 구체적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할 방법을 고안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지난 2018년 6월 주민 1천1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권청사를 이용할 시민 요구를 발굴했다. 이에 따라 김장 등 대형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 주방조리 공간이나 쉼터 등 주민편의시설, 민원실과 동장실 및 상담실의 접근성 개선 등의 요구사항들이 반영됐다.

수원시는 인권청사가 제대로 인권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전점검도 진행한다. 입주를 앞둔 12월1일 관계 공무원들은 물론 인권영향평가협의회, 장애인 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점검으로 단 한 점의 불편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목표다.

나아가 향후 인근 부지를 추가 매입해 문화복지동을 건립함으로써 체력단련실, 동아리방, 공부방, 자치방범센터 등 주민들이 필요한 공간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동일 수원시 인권담당관은 “지동 인권청사는 획일적인 공공건축물에 사람과 인권의 가치를 담고자 한 담대한 시도로, 장애인과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차별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건축물”이라며 “추가로 문화복지동이 완공되면 지동 주민의 대표적 문화공간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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