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이면사무소 문화재 지정 당장 해제해야

경기도의회 김성수 의원
경기도의회 김성수 의원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안양1번가에 대한 추억이 하나씩은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안양1번가는 수도권 서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안양 최대의 번화가였다. 안양역을 중심으로 백화점, 극장, 서점을 비롯한 문화시설, 수많은 맛집과 유행을 반영한 다양한 가게들이 젊은이들을 불러 모았고, 새벽동이 틀 때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드라마 태조 왕건의 궁예와 야인시대의 김두환 역할로 유명한 배우 김영철과 요절한 천재 시인 기형도의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도 안양1번가였다. 김영철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이 넘게 안양에 살면서, 기형도 시인은 안양에서 방위로 근무하면서 친구들과 안양1번가를 주름잡았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안양1번가의 명성은 서서히 사라지는 중이다. 새롭게 형성된 평촌이나 범계 등 신도시에 상권을 급속히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안양1번가가 옛 명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데에는 구 서이면사무소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곳 안양1번가에서 남부시장 쪽으로 가다 보면 수많은 현대식 상가들 속에서 갑자기 한옥양식의 건물이 발견된다. 구 서이면사무소다. 안양시가 행정구역상으로 시흥군 서이면 이었을 당시 면사무소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곳은 1949년 안양읍으로 승격될 때까지 면사무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서이면사무소 건물은 2001년 도 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주변상권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상인들에게 말 못 할 피해를 주고 있다. 안양1번지가 옛날의 명성을 빼앗긴 원인 중의 하나가 서이면사무소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서이면사무소가 문화재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 상인들도 피해를 충분히 감수하고, 인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이면사무소가 문화재로서 보존할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녔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서이면사무소는 보존하고 전승해야만 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하루속히 철거하고 청산해야 할 친일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서이면사무소는 지역수탈과 만세운동을 탄압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2001년 안양시가 서이면사무소를 매입하여 해체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친일행적이 상량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발견된 상량문에는 ‘조선을 합하여 병풍을 삼았다. 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을 만나 들보를 올린다’는 문구가 발견됐다. 경술국치를 찬양하고,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상량식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이면 초대면장인 조한구는 창씨개명, 학도병 징병, 위안부 모집에 앞장서 일제로부터 두 번씩이나 훈장을 받은 대표적인 친일인사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와 안양1번가상인번영회에서는 줄기차게 서이면사무소 도지정 문화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상가번영회의 노력으로 2016년 문화재심의위원회에 도 문화재 지정 취소를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으나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라는 이유로 안건은 부결됐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 외세에 의해 수탈받고 고통받았던 장소를 문화재로 지정하여 기념하는 것은 자학적인 행동일 뿐이다.

경기도는 민선7기 체제에서 도내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오고 있다. 지난 2019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도내 친일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친일잔재 문화재 조사 용역’ 등을 실시하고, 1960년대부터 공식행사에서 불리었던 ‘경기도의 노래’를 친일인사가 작곡하였다고 교체하기도 했다.

그동안 경기도의 친일청산 노력을 반추해 보았을 때 서이면사무소의 문화재 지정을 해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에라도 서이면사무소의 문화재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

김성수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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