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도입국 자녀들과의 한국어 멘토링

중도입국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한 아이들, ‘중도입국 자녀’들은 한국어를 거의 모르기에 그들에게 한국 학교는 너무나 높은 벽일 것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태국에서 온 눈이 말똥말똥하고 예쁜 1ㆍ2학년 자매들로 3학년이어야 할 언니는 한국어를 몰라 2학년이다. 첫 만남에서 번역기 도움을 받아 태국어로 인사했다. ‘태국어 발음이 이상했나?’

아이들이 웃었다. ‘아이들이 웃다니. 얼른 한국어를 가르쳐야지’ 하며 의욕을 보였지만 금방 멍 때렸다. 뭘 가르쳐야 할까? ㄱㄴㄷㄹ,…, ㅏㅑㅓㅕ,… 막연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한대로 가르치려고 ‘한국어(경기도교육청, 다문화 한국어 교재 장학자료)와 ‘꾹꾹 다지는 국어(교육부&경기도교육청, 초등학교 국어 기초학습 프로그램)’를 펼쳤다. 중도입국 자녀, 그들과의 한국어 멘토링(mentoring)은 이렇게 시작했다.

지난 교감 근무 시절, 퇴직 후 교직 경험을 유의미하게 국가에 환원하고자 글로벌 한국어교사가 되고자 꿈을 꿨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124시간)을 이수한 후, 한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해 한국언어문화학을 전공했고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을 취득했다. 5년 동안 힘든 과정이었지만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으니 공부하길 참 잘했다.

반평생 대한민국 교원으로 근무하며 매년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고 그 빈자리를 다문화 학생이 빠르게 채워가는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다문화 학생과 외국인 가정 자녀를 만났다. 그들은 학습 한국어는커녕 한국어 의사소통의 기초 단계인 생활 한국어를 몰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학부모이며 다문화 가족인 외국인 및 국제결혼이민자들 역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 탓에 자녀 가정학습지원의 어려움, 학교와 가정 간 자녀 상담 부재, 한국 사회 부적응 모습을 보며 한국어·한국문화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오늘도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들은 내일의 소중한 한국인! 비록 소소한 한국어 멘토링이지만 하루빨리 한국어를 깨우쳐 자신 있게 말하며 한국 학생들과 밝게 웃으며 지냈으면 좋겠다. 아울러 중도입국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도록 기회를 주어 보람 한가득 안겨준 교육 관계자들과 ‘중도입국 자녀 한국어교실’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중도입국 자녀를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합력하고 있으니 모두 대한민국 교육입국(敎育立國) 역군이다.

김경호 前 수원 영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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