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전문건설의 새 미래와 혁신을 기대하며

건설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몇 가지 이슈가 당면해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 구분 폐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처벌법 시행, 국가발주 사업에서 원하도급 불공정 계약의 사전 예방과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 요청 등에 관한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향후 건설 산업에 있어 오랫동안 굳어진 원·하도급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게 할 새로운 이슈들이다.

며칠 전 건설 산업 주축의 하나인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신임 회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취임식에서 주요 쟁점은 지금까지 유지돼온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 구분이 아무런 준비 없이 폐지됨으로써, 건설업의 뿌리인 전문건설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한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이렇다 할 자본과 기술, 자원이 없어 GDP ‘50불’의 빈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가 3만불 이상의 고소득 선진 국가로 성장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진입하기까지는 건설 산업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공사에 참여한 전문 건설인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건설업을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해왔다. 먼저 전문건설업(주로 중소기업, 하도급에 해당)은 건설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며, 현장에서 사람(기능인, 노무자 등)이 건설에 쓰일 자재와 장비 등을 사용해 주택과 건축물, 토목시설물을 직접 생산하는 작업을 직접 수행한다. 종합건설업(주로 대기업, 원도급에 해당)은 이러한 전문건설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외형적으로는 선진국형 시장 형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직접적 공사 주역인 전문건설은 최저가 입찰 강요로 인한 저가 공사비 탓에 스스로 품질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현장에서의 사망 중대 재해의 직접적인 피해자를 넘어 ‘건설 산업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업역 구분이 폐지, 대기업과 직접 경쟁까지 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들은 건설업에서 전문건설업의 업역 구분이 폐지된다면 대기업이 현장에서 작업자 역할을 직접 수행할 것인지, 또는 지금까지 건설업을 지탱해온 기반과 기술 영역이 사라져 건설업계의 뿌리가 취약해지는 결과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업역 구분 폐지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목소리다.

또 다른 하나는 현재 국가계약법은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종합건설업이 먼저 계약하고, 종합건설업은 이를 다시 전문건설업에 도급(하도급, 하청)을 주는 구조로 돼 있어 원도급이 강자의 위치에 서고, 하도급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불평등 관계, 불공정, 혹은 위법적 계약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이로 인한 부실 공사의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가고, 이를 예방하고 정부도 이에 대해 강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국가계약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금의 건설 시장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ICT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불행하게도 여전히 저가 수주 덤핑 입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문 건설이 살아야 종합건설이 살아날 수 있다. 전문 건설의 혁신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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