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코로나에 ‘보복’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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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은 남이 자신에게 끼친 해를 그대로 갚는다는 의미다. ‘복수’와 뜻이 비슷하지만 실생활에선 복수와 뉘앙스가 다르게 쓰인다. 복수는 긍정적, 혹은 중립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보복은 대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보복○○’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보복소비, 보복여행, 보복음주 등.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몸과 마음이 활개를 치고 있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보상심리가 크다.

코로나19는 일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확진자가 늘면서 거리두기가 강화돼 모임을 할 수도 없고, 외출이나 여행도 힘들었다. 소비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됐다. 사람들은 외식을 줄였고 집밥을 먹었다. 나갈 필요가 없으니 옷과 화장품에 지갑을 닫았다. 만날 수 없으니 술도 덜 먹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경제ㆍ사회적 타격이 커지면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다.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2년 가까이 참아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마치 코로나에 ‘보복’이라도 하듯. 억눌린 소비 심리는 명품 구매로 이어졌고, 여행지엔 사람들이 붐볐다. 성급하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늘었다. 내년부터는 해외 ‘보복여행’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보복적 만남’도 이어지고 있다. 다같이 모여 마시는 음주문화가 살아나고 있다. 거리두기로 못했던 사적 모임과 회식이 이어지면서 술을 맘껏 즐기려는 분위기가 한창이다. ‘보복 음주’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 사고도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첫 주(1~7일)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건수는 하루 평균 406.3건으로 1~9월(309.9건)보다 96.4건(31%) 늘었다.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의 돌파감염이 많다. 모임과 술자리가 늘어 상황이 더 악화될까 걱정스럽다.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좋아져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는건 아니다. 자영업자의 한숨 등 경제적 이유가 크다. 아직 조심하고 자중해야 한다. ‘슬기로운 일상생활’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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