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경남 합천군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추모시설 조성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노출돼 피해를 본 사람이다. 추모시설이 합천군으로 결정된 것은, 원폭피해 생존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점과 원폭피해자복지회관 및 자료관 등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후속 연구를 지원해 합천군을 중심으로 입지 확보 방안과 추모시설 구성 배치 등을 담은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신은 물론 후손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 원폭피해자들에게는 역사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6일 일본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린 것이다. 나가사키시는 1945년 8월9일 원자폭탄 투하 당시 약 7만4천여명이 사망했고, 이 중 1만여 명이 한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원폭 투하 지역인 히로시마시에는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현지 평화기념공원에 건립돼 매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날인 8월5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렸지만, 그동안 나가사키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없어 추모 행사를 열지 못했다.
지난 1996년부터 민간단체 등이 나가사키시에 위령비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강제징용과 관련된 갈등 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하게 논의되다 25년 만에 건립된 것이다.
1세대 원폭피해자가 180여명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역시, 조만간 원폭피해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들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도내 원폭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5만원의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으로, 11월29일부터 시작되는 경기도의회의 예산심의를 통과하면 도의 계획이 실현된다.
지난 76년간 외면당해왔던 원폭피해자들, 이제라도 관심과 지원에 나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도한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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