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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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오후였다. 한 소녀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대책을 마련하라며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의 국회 격인 의사당 앞에서다. 2018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하늘에선 햇볕이 따갑게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소녀의 나이는 불과 열다섯 살이었다.

▶피켓에 적힌 문구도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었다. 당돌했다. 기후를 위해 등교를 거부했던 소녀는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결석하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는 마침내 세계적인 기후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로 귀결됐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이 소녀의 이름이다. 스웨덴에선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보다 더 유명해졌다. 노벨상을 창시한 알프레드 노벨만큼 이 나라를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 열한살 때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진단받았던 소녀가 말이다.

▶인터넷에 그레타 툰베리를 검색어로 치면 동시에 뜨는 단어가 있다. ‘COP26’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당사국총회를 뜻하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칭이다. 뒤에 붙은 숫자는 회차를 알려준다. 올해가 제26회째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COP는 지난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레타 툰베리가 태어나기 전에 태동한 셈이다.

▶이번 총회에는 그레타 툰베리말고도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찾았다. COP는 여러 의미로 각별하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와 금세기 내 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작은 섬나라 대표가 나란히 앉아 머리를 맞대고 토론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레타 툰베리가 이 행사에 처음 참가했던 건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렸던 지난 2018년 12월이었다. 열다섯살 소녀는 당시 각국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비를 촉구했었다. 이듬해 1월 다보스 포럼과 8월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도 호소를 이어갔다. 2019년에는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도 받았다. 잔 다르크가 환생해 자연을 보존하자고 호소하는 걸까. 가냘픈 소녀의 외침이 지구촌을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 대비는 이제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정의(正義)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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