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줄다리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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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가 때아닌 인기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줄다리기가 등장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줄다리기를 즐기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수원 칠보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줄다리기 게임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팬데믹 상황에서 오는 긴장, 우울,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고 학교생활의 활력을 찾게 하려고 학교측이 운동회를 마련한 것이다.

줄다리기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다른 놀이와 달리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사람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줄을 당겨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벼농사 문화권에서 주로 행해졌다. 한국의 6개 줄다리기(무형문화재)는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과 공동으로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줄다리기는 캄보디아에선 ‘테안 프롯’, 필리핀에선 ‘푸눅’, 베트남에선 ‘깨오꼬’라 부른다. 4개 국가에서 모두 줄다리기를 통해 풍작과 번영, 공동체 결속을 기원한다.

줄다리기는 100여년 전엔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다. 1900 파리올림픽부터 1920 앤트워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열렸다. 올림픽 줄다리기는 5∼8명이 한 팀을 이뤄 맞붙었다. 경기 시간은 5분, 시작 뒤 6피트(약 183cm)를 먼저 잡아당기면 승리하는데 3판 2선승제였다. 서로 다른 나라 출신이 한 팀을 이루기도 했고, 개별 클럽팀 참가도 허용됐다.

줄다리기는 1920년 대회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규모를 축소하면서 33개 종목과 함께 퇴출됐다. 정비되지 않은 규칙 등이 퇴출 원인 중 하나였다. 1908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리버풀 경찰관팀이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참가했다. 반면 상대였던 미국팀은 일반 운동화였다. 심판은 관련 규정이 없다며 영국의 손을 들어줬고, 미국팀은 항의 표시로 대회를 포기했다.

국제줄다리기연맹(TWIF)이 줄다리기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60년 창설된 연맹은 줄다리기 경기 방식과 규정을 정비하고, 국제대회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 IOC에도 가입했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도 도전했다. 줄다리기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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