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보통 사람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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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 노태우, 이 사람 믿어주세요” 지난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하며 내 건 캐치프레이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을 강조했다. ‘보통 사람 즉 서민들을 위한 친근한 대통령이 되겠다’,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미지 메이킹이다.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보통사람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이 선거 전략은 통했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노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인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2ㆍ12 군사 쿠데타의 주역, 신군부의 이인자로 보통 사람들을 괴롭힌 전력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89)이 지난 26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12ㆍ12군사 쿠데타, 5ㆍ18 광주학살 등을 주도하며 국민을 탄압한 그는 민주화 열망이 폭발한 시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6ㆍ29 선언을 발표해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넘어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공과를 남겼다는 평가다. 마지막까지 5ㆍ18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지 않던 그는 유족들이 공개한 유언을 통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내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선전이 한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후보를 선출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국민의힘도 11월 중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벌써 유력 후보 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봤을 때 당선자는 진보, 보수를 떠나 공통점이 있다. 각 시대별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오는 20대 대통령 선거 승패 역시 보통 사람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집값 폭등, 최근 드러난 성남 대장지구 사태 등은 대다수 보통 사람들을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벌어지는 빈부 격차 속 기득권 세력 부(富)의 세습을 적나라하게 보면서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절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누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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