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 팝니다.”
40대 주부 A씨는 올해 초부터 대형마트를 가기 전 중고거래 플랫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출을 줄여도 매달 늘어나는 생활비 탓에 마련한 자구책이었다. A씨는 “계란, 식용유 등 식료품부터 의류ㆍ잡화까지 다양한 물품들을 대형마트보다 싸고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어 애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추석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선물세트를 구매해 선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격히 상승한 유류도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개인 화물차를 운행하는 50대 B씨는 매일 중고거래 플랫폼을 확인해 주유권을 구매하고 있다. 많게는 20%까지 할인된 가격에 주유권을 살 수 있어 유류 사용량이 많은 운송업 종사자들은 한 달에 수십만원씩 아낄 수 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활황을 띄고 있다. 식료품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시중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올해 월 이용자 수(1월 기준)는 1천420만명으로 지난해(480만명) 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거래액(추정치)은 2016년 46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1조원까지 급성장했다. 치솟는 물가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하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로 인해 사기ㆍ분쟁 등 소비자들의 피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아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중고거래를 애용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다만 이로 인한 피해 구제 방안 등은 마련돼 있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분쟁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분쟁 조정 신청은 올해 8월 기준 1천167건에 달했다. 지난 2019년 19건에서 2년 만에 61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외에도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역시 같은 기간 각각 5.4배(534건), 3.1배(500건) 증가했다.
한수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