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비호감’ 대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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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가 ‘비호감(非好感)’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 유력주자들은 서로를 감옥에 갈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선 ‘정말 이런 대선은 처음’, ‘뽑을 사람이 없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한국갤럽이 19∼21일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도는 60%였다. 호감도(32%)의 2배로, 2개월 전보다 비호감도가 10%p 올랐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비호감도가 62%로 호감도(28%)의 배를 넘었다. 홍준표 후보도 59%로 호감도(31%)의 배 가까이 됐다. 역대 대선에서 선두권 후보의 호감도는 대체로 50%였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경우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있다. 최측근 인사가 구속됐고, 민간에 천문학적 특혜를 안긴 대장동 설계의 당사자로 지목받으며 배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후보는 국감을 거치면서 ‘조폭 연루설’까지 겹쳐 비호감도를 키웠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호감이 특히 크다. 부정식품 먹을 권리, 주 120시간 노동 등의 설화에 이어 ‘임금 왕(王) 자’, 독재자를 두둔하는 전두환 옹호 발언, ‘개 사과’ 논란까지 일으켰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도 자유롭지 못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당내 경쟁자를 향해 “×랄하던 놈”이라 했다가 “막말병이 도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는 이재명 후보를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발언해 비난이 거세다.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경쟁 속에 상당수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채 무당층으로 표류하고 있다. 대선주자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은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져 투표 포기로 나타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책ㆍ비전 경쟁에 나서야 한다. 일자리, 집값 폭등,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산적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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