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약사회 약이 되는 ‘약’ 이야기] mRNA 백신, 그리고 mRNA 기반 기술에 거는 기대

권태혁 약사
권태혁 약사

1988년 바이러스 학자이자 면역학 전문가인 로버트 멀론 박사는 ‘만약 세포가 외부에서 mRNA를 받아들여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mRNA를 약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자신의 연구 노트에 기록했다고 한다. 오늘날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리고 제약사에게는 수백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한 mRNA 백신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였던 것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다시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를 이겨낼 방법은 사실상 백신 접종이 유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 안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치료 약물을 개발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료제보다 백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코로나19 백신 중 주목해야 할 두 가지가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mRNA 백신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인체에 해가 없도록 처리한 바이러스에 항원 유전자를 넣은 후 몸속에 주입하면 세포 스스로 항원을 합성하여 항체 생성을 유도하도록 하는 것인데,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장점은 면역 유지기간이 길고, mRNA 백신보다 열에 안정적이어서 영상 2~8도에서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유전자 전달체 내의 유전물질 차이로 간혹 혈전증과 같은 부작용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mRNA)을 투입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백신으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바로 mRNA를 활용한 백신이다. mRNA 백신의 장점은 안전성과 빠른 생산 속도인데, mRNA 백신은 실제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하지 않아 감염의 우려가 없고, mRNA가 만들어낸 항원 역시 독성이 없다. 또한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알고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 내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제조가 용이해 변이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다만, mRNA는 열에 쉽게 파괴되는 등 안정성이 부족해 영하 70도 ~ 20도와 같은 극저온 보관 및 유통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의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2021년 가장 주목할 10대 미래기술 중 하나로 mRNA백신을 선정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관련연구는 2000년대 후반에 여러 대형 제약사와 함께 모더나와 같은 신생기업들이 연구에 뛰어들었고, 현재 화이자와 파트너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바이오엔텍(BioNTech)도 비슷한 시기에 설립이 되었다. 2012년에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업계 연구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모더나는 10억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은 적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로 코로나19 백신에 빠르게 뛰어들 수 있었고, 2020년 12월 화이자-바이오엔텍의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차례로 미국에서 사용이 허가되었다. 지난 6월 국내에서도 한국형 mRNA백신 플랫폼 개발을 위한 ‘K-mRNA컨소시엄’을 출범시켰으나 mRNA 핵심기술이 부재해 단기적으로는 기술을 빌려와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정부의 연구개발 및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 해 수천억원의 지원을 받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불과 몇 년 정도의 수준이지만 특허문제를 넘어설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플랜과 지원도 절실해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이러한 mRNA 기반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데, mRNA 기반 기술은 세포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기술로서 특정 단백질의 생성이 모두 가능해 단백질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병의 치료, 감염원에 대한 항체의 직접적인 생산, 그리고 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코로나 백신 개발 이전에는 mRNA기술의 주요 타깃이 암이였는데, mRNA 기반 암 백신의 투여로 암 특이적인 단백질이 체내에서 생성되면, 면역세포가 암 단백질을 인식해 초기에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10명 중 3명이 걸릴 수 있다는 암에 대한 초기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젊고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이 치료제가 부족하여 조기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은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mRNA 기반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해외의 연구진들은 암, 심장병, 면역질환 등 많은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새로운 혁신 기술로 관심을 받게 된 mRNA 기반 기술이 인류의 건강을 위한 새로운 혁신으로도 탄생해 주기를 기다리고 또한 기대해본다.

권태혁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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