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경기도 체육은 타 시ㆍ도의 부러움을 넘어 질시의 대상이었다. 지난 1981년 인천시와 분리 후 경기도 체육은 학교 및 시ㆍ군청 팀 창단과 꿈나무 육성 등 홀로서기를 통해 전국 최고로 성장했다. 오랜세월 체육인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이후 경기체육은 하계 전국체육대회에서 17연패 달성을 비롯, 종합우승을 25차례나 이뤄냈다.
▶이처럼 화려했던 경기도 체육이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했다. ‘체육웅도’라는 명성도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그동안 경기체육을 지탱해온 학교체육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체육정책 기조 변화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전문체육ㆍ생활체육을 관장하는 단체의 통합, 경기도체육회의 민선시대, 경기체고의 침체 등 리더의 무관심과 방관, 정치권의 과도한 간섭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운동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제약과 규제에 우수선수 타 시ㆍ도 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선수들의 진로는 학업이 아닌 운동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저 마다의 기량이 미래를 결정하는 ‘달란트(talent)’이지만 그 꿈을 펼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는 공부가 전부가 아닌 각자의 재능을 살려 꿈을 이뤄가야함에도 유독 체육 인재들에겐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전국 최초의 도립(道立) 체육고등학교로 세워진 경기체고 역시 개교 26년을 맞았지만, 최근 2년 연속 미달사태를 빚는 등 중학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에서 기피 대상이 돼가고 있다. 또한 민선체제 출범후 경기도체육회는 조직의 갈등과 균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이 같은 경기체육의 퇴보 상황에 정책을 바꾼 정치인부터 단체장ㆍ학교장 등 몇명의 이름이 지주 오르내린다. 경기체육이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면 다시 일어서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 쌓아올린 명성인데…. 이제라도 경기체육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른 길로 나아가는 방향과 대안을 고민할 때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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