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용수 고갈에 대한 대책도 없이 남한강 보의 철거는 어림없습니다.”
환경부와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역기업들과 취수시설 개선 MOU를 체결하는 날, 여주지역 어촌계원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강천보 등 여주지역 남한강 보(洑) 철거 반대 시위를 벌여 향후 갈등이 우려된다.
환경부와 한강유역물관리위 등은 농어업 활동에 피해 없이 취수시설 개선사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민간을 끌어들여 보 철거 수순에 들어갔다고 비판하면서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한강유역물관리위, DB하이텍, OB맥주, SK하이닉스는 13일 오후 여주 강천보에서 ‘기후변화·재난 대비 취수시설 개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후변화와 재난 등 하천 비상 상황에 대비, 안정적인 취수가 가능하도록 민ㆍ관이 함께 관련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한강수계에는 팔당호가 있어 안정적인 취수운영이 중요하다. 아울러 한강수계 취·양수장 취수구는 보(洑) 최저수위보다 높게 설치돼 수위가 낮아지면 취수구를 통한 급수가 중단될 수도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환경부와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 등은 취수시설 개선에 필요한 제도ㆍ행정적 제반사항을 지원하고, 민간취수장 시설관리자인 DB하이텍, OB맥주, SK하이닉스 등은 취수시설 개선이 알맞은 시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공공부문(지자체, 한국농어촌공사 등) 취·양수장시설 개선에 대해서도 시설물 개선이행계획(안)을 검토, 연말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하는 등 관련 이행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 2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강원도 등 지자체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기후변화, 재해 등에 대비한 보(洑) 운영 여건 마련(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한정애 장관은 “남한강 취ㆍ양수장 취수구 시설물 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 취·양수와 농·어업활동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하천 비상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취수여건이 마련되고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로 기업활동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후변화·재난 대비 취수시설 개선’ 업무협약식 현장에선 여주지역 어촌계원 등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민간기업을 끌어들여 보(洑) 철거수순을 밟고 있다”며 보(洑) 철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광석 여주포럼 상임대표이자 보(洑) 해체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수도권 2천만 주민들의 젖줄인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강천보 등 남한강 보(洑) 3곳 개방과 철거 등에 강력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여주에서 농사를 짓는 이진우씨는 “청정지역 여주지역 물 관리가 중요한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물관리를 한다며 강천보 등을 설치했는데 정권이 바꿨다고 철거를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이근택씨는 “한 여름이면 물이 메말라 갈라지는 곳이 있으면서도 보를 해제한다는 말은 얼토당토하지 않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 김현정씨도 “남한강 하류 쪽에는 아직도 많은 농민들이 땀구슬을 흘리며 농사를 짓고 있다”며 “자칫 보 해제로 모든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역임했던 이재오 전(前) 국회의원도 이날 협약식이 끝난 뒤 한정애 장관과 만나 30여분 동안 면담을 통해 보(洑)를 개방할 경우 수위조절 및 규제 등을 받을 수 있는 여주지역에 오수종말처리장 설치와 남한강의 지류인 소양천과 양화천, 복하천 등의 정비를 요청했다.
여주=류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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