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축(電蓄)을 들어보셨습니까“ 1970년대 잘 사는 집에 가면 장식품처럼 응접실에 놓여 있었던 전자제품이다. 흑백TV보다 더 귀했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오디오가 귀한 시절의 얘기다. 취미를 ‘음악 감상’이라고 써놓고도 왠지 쑥스러웠던, 뭐 그런 시절이었다.
▶원반에 홈을 파서 소리를 녹음하고 바늘을 사용해 이를 소리로 재생시키는 장치. 전축의 국어사전 풀이다. 레코드판으로 불렸던 LP(Long Playing Record)를 턴테이블(Turntable)에 얹을 때부터 설렜다. 이내 양쪽 스피커로 ‘지직~지직~’ 하는 의성어와 함께 선율이 흘러나왔다.
▶어렸을 때 전축을 구경했던 전후세대는 청년시절 음악다방을 경험한다. 음악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DJ가 띄워 주는 음악을 듣는 재미도 제법 근사했다. DJ전성기도 바로 이 시기였다. 바늘에 긁히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대부분 외국 곡이었다. 톰 존스(Tom Jones)의 명곡 ‘고향의 푸른 잔디(Green Green Glass of Home)’가 그 시절 명곡 중 한곡이었다.
▶LP와 턴테이블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즉각 들을 수 있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과거 LP를 경험해본 중장년층은 물론 레트로(복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중에서도 집에 턴테이블을 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올해 상반기 턴테이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연령대별 매출 증가율은 50대(41%)와 40대(31%)가 두드러졌지만 20∼30대도 10%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턴테이블과 LP 등의 인기 배경에는 특유의 소리와 감성 분위기가 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음원과 달리 LP를 사면 음악을 소장(所藏)한다는 느낌도 든다. 음반을 차곡차곡 모으고 턴테이블 바늘을 레코드판에 올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날로그시대가 그리워지는 건 느리지만, 차분하기 때문이 아닐까. 턴테이블 감성 부활이 그래서 반갑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