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주말 고령사원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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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미국영화 <인턴>은 30대 열혈 여성 CEO와 70세 남성 인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CEO는 창업 1년반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능력있는 여성이고, 인턴은 수십년 직장생활에서의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을 가졌다. 능력있는 CEO와 연륜있는 노인 인턴의 우정이 영화의 줄거리다.

많은 사람이 은퇴 이후 세상에 버려진 기분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인턴>은 나이가 많은 사람은 보다 많은 경험과 연륜이 있고,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사회가 급속히 변하고 IT기술로 뭐든지 처리하는 세상이지만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 영화 속 인턴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존경을 받는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노인의 인생 경륜과 축적된 지혜가 도서관에 견줄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은 존경받지 못한다.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다. ‘경로(敬老)’는 옛말이고 ‘혐로(嫌老)’라는 말까지 나왔다. 노인에 대한 반감이 차별을 낳고, 노인 혐오로 이어지는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6.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에는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6년에는 30.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노인층의 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이대로 가면 ‘100세 시대’가 기쁨이 아닌 고통이다. 노인 복지ㆍ인권ㆍ일자리 등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관공서와 기업이 최저임금으로 고령층을 채용해 주말 근무를 맡기는 ‘고령사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주민센터 등에 컴퓨터 능력이 있는 고령층을 주말 사원으로 채용하면 평일에 관공서를 찾기 어려운 시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 업무는 청년층이 꺼려 청년 일자리 창출과도 상충하지 않는다. 시행해볼 만한 정책이다. 취약한 노인 삶이 개선돼야 청년과 중·장년층 노후도 행복해진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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