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백년가게의 위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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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고복수 평양냉면’은 3대째 계승되는 음식점이다. 창업주인 고학성씨가 1910년 평안북도 강계에 ‘중앙면옥’을 차린 것이 시초다. 그의 아들 고순은씨는 중앙면옥의 전통을 이어 1973년 평택역 인근에 ‘고박사 평양냉면’이란 이름으로 개업했다. 지금은 손자인 고복수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오산 할머니집’은 소머리 설렁탕과 수육을 파는 음식점이다. 이 식당은 1931년부터 운영, 8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는 4대 박명희씨가 운영하고 있다.

두 음식점은 ‘백년가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백년가게 215개와 백년소공인 151개를 선정했다. 전국의 백년가게는 1천22개, 백년소공인은 564개로 늘었다. 백년가게는 한우물경영, 집중경영 등 지속 생존을 위한 경영비법을 통해 사업을 장기간 계승 발전시키는 소상인과 중소기업이다. 백년소공인은 장인정신으로 한 분야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하는 숙련기술 기반의 우수 소공인이다.

백년가게는 자기만의 노하우와 기술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먹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곳들이 많다. 천안의 ‘학화호도과자’는 호도과자 원조 개발자인 심복순 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에서 대물림돼 현재까지 이어온 곳이다. 전북 군산의 ‘빈해원’은 화교인 왕창근 대표가 1950년대 창업해 대만 중식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통 중화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백년가게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중기부 조사에 따르면, 업력 30년 이상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백년가게를 선정하는데 4분의 1(25.5%)은 가업을 가족이나 직원에게 물려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1%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고민 이유로 ‘고생스러워 후대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52.8%였다. 이어 ‘생각보다 큰 수익이 나지 않아서’(26.6%), ‘집안 내 승계 관련 흥미와 관심 부족’(14.7%)이었다.

오랜 경험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가게도 힘겨운 현실이다. 자영업자 5년 생존율이 27.3%에 그친다고 한다. 백년가게가 전통을 이어가고, 초기 자영업자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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