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추분을 맞이하며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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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하게 치르는 민족의 명절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때마다 돌아오는 절기가 많다. 양력 9월23일은 추분(秋分)이다. 음력으로는 8월 절기다. ‘가을을 반으로 나누다’라는 뜻이 담겨 있는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라고 한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할 때를 말한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바뀌는 계절에 맞춰 농사를 지었다. 예로부터 절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 이유다. 요즘도 농부들에게는 추분이 가장 바쁜 때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고 목화를 따거나 고추를 말리는 등 잡다한 ‘가을걷이’를 시작한다. 이듬해에 별을 보면서 다가올 운수를 예견해보기도 한다. 24절기는 과학 기술 시대인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추분의 시작은 2021년의 저녁이 왔음을 알리기 때문일까.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가을 하늘이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 편이 서운하다. 올해 초엔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친척들과 만나 부대끼는 게 때론 부담스럽고 얼굴 붉힐 때도 있었지만, 사람 수 제한을 둬가며 만나야 하는 기간이 이토록 길어질 줄 짐작한 이 없을 테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작은 배움을 차곡차곡 채워넣으며 마음을 단단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삶의 지혜를 얻고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독서만 한 것은 없다. 첨단 스마트 기기가 넘쳐나고 과학 기술 시대를 사는 요즘에도 독서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좋은 책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준다. 시간이 없고, 일을 해야 하고, 학원에 가야 하지만, 가을 밤 각자의 공간에서 작은 불 하나 밝히고 책 한 권 꺼내 읽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시집 한 장, 소설 한 장 넘길 수 있는 가을밤을 보낸다면, 꽤 낭만적인 2021년의 후반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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