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는 명곡이다. ‘Quintett ‘Die Forelle’ Op. 114’가 정식 명칭이다. 1819년 탄생했다. 4악장 피아노 5중주곡 A장조의 실내악곡이다. 4악장 속에 ‘송어’가 들어 있다. 선율이 곱다.
▶곡의 얼개는 어떨까. 송어들이 시냇가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다. 어부가 그물을 던진다. 물이 맑아 잡히진 않는다. 어부는 시냇물을 어지럽히고 나서야 포획에 성공한다. 안타깝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어수선한 사회에서 설쳐대는 세력의 속임수를 빗대고 있다.
▶송어는 연어와 비슷하지만, 더 둥글다. 등쪽은 농남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옆구리에 암갈색 반점이 있다. 번식기에 수컷은 주둥이가 연장되고 몸 측면에 복숭아색의 불규칙한 무늬가 나타난다. 몸길이는 60㎝ 정도다. 경남 이북 동해안에 주로 서식한다.
▶다시 작품 속으로 돌아가 보자. 가곡 ‘송어’는 일화가 많다. 그중에서 제목의 혼동이 으뜸이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송어’가 아니라, ‘숭어’로 배웠다. 교과서에도 그렇게 기록됐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송어는 민물고기이고, 숭어는 바닷고기인데 말이다.
▶슈베르트의 가곡 제목이 ‘숭어’는 틀리고 ‘송어’가 맞는 까닭은 명쾌하다. 노랫말에 ‘맑은 시내에’라는 귀절이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최초 번역자가 저지른 실수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온 국민이 ‘송어’를 ‘숭어’로 알고 지낸 셈이다. 제목이 ‘송어’로 정정된 건 불과 10여년 전이다.
▶말이 나온 김에 숭어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숭어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길다. 마주 보고 있으면 마치 미소를 짓는 듯 온화해 보인다. 성장하면 몸길이가 120㎝에 무게는 8㎏ 정도다.
▶숭어는 국내 서식하는 물고기 중 방언과 속담 등이 가장 많다. 서남해 해안가에선 큰 것을 숭어, 작은 것을 ‘눈부럽떼기’라고 부른다. 크기가 작다고 무시해 “너도 숭어냐” 했더니 성이 난 녀석이 눈에 힘을 주고 부릅떠 붙여졌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도 있다. 코로나 4차유행에 아프간 사태 등으로 뒤숭숭한데 뭔 물고기 타령이냐고 따지는 이들에게 되묻는다. “일본에 의해 잘못 붙여진 게 어디 서양 가곡 이름뿐이겠는가”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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