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상인간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jjy84@kyeonggi.com
기자페이지

이름은 ‘오로지’, 성별은 여성이다. 나이는 영원한 22세. 로지는 지난 7월 한 보험사의 TV 광고에 발랄하게 춤추며 등장한 가상인간이다. 요즘 10~20대가 좋아하는 얼굴형으로 인간 뺨치는 로지는 그야말로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로지의 활약 속에 18세의 가상 뮤지션 ‘로아’도, 가상 쇼호스트 모델 ‘루시’도 탄생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야말로 가상 열풍이다. 가상인간은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한 줄기 빛처럼 등장했다. 높은 미디어 활용성과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점 등의 장점을 등에 업었다. 가상은 내가 있는 현실에서도 구현된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가 대표적이다. 3차원 가상 세계인 이곳에선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는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가상인간 역시 MZ세대와 잘 통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도 갖췄다. 그러나 가상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대체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인간 세계를 옮겨놓은 메타버스엔 사용 교육과 윤리 교육 등 범죄를 예방할 법안과 규칙은 없다.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가상세계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이 넘친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에서 남자 주인공은 AI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AI가 8천316명의 사람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하고, 6천41명과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AI는 능력을 더 진화하려고 남자를 떠나고 주인공은 홀로 남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가상세계 환상만 좇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 테다. 가상 환상이 넘실대는 요즘 그 어느때 보다 소통과 소외, 인간의 존엄성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