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동네 공원에서 ‘불량서클’ 멤버 2명의 고교생이 같은 반 학생을 폭행한다. 대입입시 평가 시험 커닝 부탁 거절이 폭력의 이유다. 학폭 피해자인 이 학생은 맞으면서도 외친다.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에게 불공평하잖아!”. 이때 초절정의 무술 고수인 여학생이 등장, 시원한 발차기로 상황을 순식간에 평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다”. 청춘 액션물인 영화 ‘공수도’의 한 장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본 경선이 대전, 충남을 시작으로 5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에 국회의석 180석으로 출발한 거대 여당은 여전히 무소불위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정부의 화두인 적폐청산을 비롯해 경제ㆍ부동산, 국방 정책 등을 펼쳤지만, 검찰개혁은 끝내 ‘조국수호’전(戰)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부동산 찬스, 내로남불, 내 편 아니면 적, 이분법적 논리, 구멍 뚫린 안보에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었다.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코로나 K방역은 오히려 굵게 길게라는 비아냥 속에 공염불이 됐다. 끝없는 방역터널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서민도 절망했다. 마치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독선과 아집, 불통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붙였다. 공정이 무너지고 비상식적인, 불공정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 이젠 언론까지 적폐로 몰아 재갈을 물리려 한다. 오죽했으면 세계 언론ㆍ단체까지 나서 극구 반대할까. 그래서일까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에 한발 물러났다. 오는 27일 본회의 상정을 전제로 8인 합의체에 합의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명분은 만들었다. 이제껏 그랬듯이 독단적 처리가 우려된다.
국민의 힘은 더 답답하고 참담하다. 야당으로서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에서 야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당 같은 야당’의 무력함만 보여줬다. 법안 표결에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전부다. 입법 독주를 막기에는 “의석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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