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 위험도에 따라 경보 단계를 6단계로 나누는데 최고 등급인 6단계를 ‘팬데믹’이라 한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WHO는 지난해 3월11일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2억명 넘는 인구가 감염됐고, 사망자도 엄청나다. 백신을 개발해 접종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출연 등으로 진정되지 않고 있다.
팬데믹은 결코 가볍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지구촌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을 때 내려지는 경고다. 코로나19와 함께 또 하나의 팬데믹이 거론되고 있다. 바로 ‘쓰레기 팬데믹’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는 세계인의 필수품이 됐지만, 또 한쪽에선 마스크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 홍콩 해양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 폐마스크를 15억6천만개로 추산했다. 폐마스크는 분해에 400년 넘게 걸리고, 서서히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동물을 죽게 한다. 브라질 한 해변에선 죽은 펭귄의 배 안에서 마스크가 발견됐다. 마스크 줄에 발이 묶여 날지 못해 죽은 갈매기도 포착됐다.
우리나라도 폐마스크 문제가 심각하다. 연간 70억~80억개에 이르는 마스크가 여기저기 버려진다. 폐마스크는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데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길거리 등에 버려진 마스크는 땅 속에 묻히거나 바다로 흘러가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한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및 포장 쓰레기도 폭증했다. 음식 배달과 택배 등이 늘면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생활폐기물을 다 처리하기 어려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쓰레기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량을 할당했으나 벌써 올해 반입량을 초과한 곳이 많다. 일부 지자체에선 반입량을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삶의 방식을 바꿔야 ‘쓰레기 팬데믹’을 막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사용·재활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과 지자체가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지 건설을 반대하면서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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