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든 적든, 많이 배웠든 못배웠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를 보면, 죽음은 평등하다. 그러나 죽음 이후의 장례를 보면 평등하지 않다.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안 되거나 치러줄 사람이 없으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그냥 ‘처리’된다. 애도가 없어도 되는 사람처럼 사라진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홀로 방치된 죽음은 안타깝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인 우리나라는 매년 고독사ㆍ무연고사가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는 사망 시점에서 홀로 죽는 것이고, 무연고사는 장례 시점에서 시신을 인도받을 이가 없는 것이다. 고독사 뒤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 시신이 인계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신 인도를 거부해 무연고사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536명에서 2020년엔 2천880명으로 증가했다.
아무도 곁에 없이 죽음을 맞고, 죽음 뒤에도 찾는 이 없는 쓸쓸한 장례가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정부가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 관리를 위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도 ‘경기도 공영장례 지원 조례’에 근거해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사망자,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ㆍ기피한 사망자를 대상으로 시군에 장례비를 지원한다.
기초 지자체에서 공영장례가 시행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7일 수원역 인근 낡은 여관 객실에서 숨진 한 남성을 발견,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해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자 원불교 예식으로 12일 장례식을 치뤘다. 수원시가 종교단체와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위한 업무협약’를 체결한 후 첫 장례다. 안양시도 지난 9일 공원 벤치에 앉은 채로 숨진 70대 노인에 대해 20일 공영장례를 치르고,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 안장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이 노인은 형제가 있긴 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안양시의 ‘우리동네 공영장례봉사단 리멤버(ReMember)’가 가족과 사회와 격리된 채 생을 마감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상주 역할을 했다. 죽음 이후에도 외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공영장례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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