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들의 단결력과 애국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 적대 국가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내 나라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도 시간이 지날수록 희박해지며 병역기피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 세계 최고라던 이스라엘의 애국심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 대한민국. 우리 역시 유명 연예인부터 정ㆍ재계의 아들, 일반인까지 군 입대 기피 문제가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군대 내 사망 사건이 잇따르며 이 같은 기조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성추행 피해를 토로한 해군 소속 여군 A중사가 결국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공군 여군 B중사가 지난 5월 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피해자 A중사는 지난 7일 처음으로 부대장에게 피해 사실을 토로했다. 그러나 해군에 신고를 접수한 것은 이틀 뒤인 9일. 더구나 사건 발생을 쉬쉬하다가 해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된 시점은 피해자가 이미 숨진 뒤였다. 성범죄에 대한 군의 폐쇄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비단 군 간부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일반 사병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 역시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고 있다. 확고한 위계질서, 경직된 조직 문화 등 군 생활의 여건은 어느 집단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여기에 끊이지 않는 군 부대 성추행 사건은 군 기피의 또 다른 이유(?)로 자리잡으며 4대 의무의 한 축을 위협하고 있다.
안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채 확산되는 병역 기피는 결국 안보 불안으로 직결된다. 개별 사건의 해결을 넘어 제도, 구조 등 군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휘모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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