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되는 약 이야기] 단골약국 필수시대

김진수 약사
김진수 약사

누군가 건강이 안 좋다 하면 주변 사람들이 얘기한다. “이거 먹고 누가 좋아졌대” “내가 먹어봤더니 이거 좋더라.” “홈쇼핑에서 봤는데 이거 먹어봐.”

누군가는 ‘코로나 백신을 맞기 전후 아스피린을 2주간 복용하라’는 문자를 받아본다.

많은 사람이 전문가도 아닌 주변 사람이나 출처도 모르는 문자에 자기의 생명이 걸려 있을 수도 있는 건강을 맡기려 한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정보를 거르는 것은 일반인에게 쉽지 않다. ‘나는 의사다’라고 시작하는 가짜뉴스에 많은 사람이 끌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잘못된 정보와 과학적이지 않은 정보로 인해 우리 국민은 건강을 해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은 돈대로 쓰고, 치료시기를 놓쳐서 더 오래 치료를 해야 하는 때도 있다.

법으로 약은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이유는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할 때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고, 건강기능식품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건강의 유지를 위해서 사용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치료제로 잘못 사용되기도 하고, 전문가의 판단 없이 그냥 옆 사람의 얘기로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남용을 막아줄 나의 가족 같은 단골약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하는 분들은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많은 약물을 처방받는다. 이 경우 같은 효능의 약들이 중복처방 되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상호작용이 있는 약들이 동시에 처방되기도 한다. 이것을 막으려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인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은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의 성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건강기능식품을 추가로 섭취할 때도 기존 약과의 상호작용을 꼭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항혈액응고제(와파린,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는 사람이 홍삼, 인삼을 먹으면 출혈이 생길 수 있어 금기다.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상호작용과 중복처방은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럼 이런 내용을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처방한 의사와도 가능하지만, 편하게 상담할 상대는 아니고, 주변 사람 중 저런 내용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집 주변 가까운 약국에서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전문가인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처방한 약에 대해서도 알고,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그 장단점을 알기에, 상호작용뿐 아니라 가성비까지도 판단해 줄 수 있다. 그런 약국이 바로 나의 단골약국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나의 약력(지금까지 처방받은 약의 역사)을 잘 아는 단골약국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단골약국이 있다면 국민 개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된다. 단골약국은 국민 개개인 의료비를 줄여주고,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도 줄여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안에 쌓여 있는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약을 들고 단골약국에서 상담을 받고 정리를 해본 분들은 그 유익함에 감탄을 해봤을 것이다. 어떨 때 쓰는 약인지 모르는 것들도 있고, 잘못 써왔던 약들이 흔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과 성분이 같은 약들은 왜 그리 많았는지.

이런 작은 것들만 정리가 돼도 몸이 불편할 때마다 사야 했던 약들을 안 사도 되는 일이 생기고, 잘못 사용했던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도 주의할 수 있게 된다. 또 앞서 말한 대로 만성질환자의 중복투약만 안 할 수 있어도 안전하고, 약의 소비가 줄어 국민 개인 및 국가 건강보험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기존에 처방받은 내역이 전체 약국에 나오지 않기에 약력관리가 되어 있는 단골약국에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약국을 선택하는 기준이 예전에는 집 근처였으나 지금은 처방하는 병의원과의 거리(처방약이 있는지)가 되었다. 이것은 단골약국에서 처방조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환자의 종합적인 질환-의약품관리를 하고자 하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셈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골약국에서도 먼 거리에 있는 병원의 처방을 조제할 수 있도록 동일성분조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동일성분조제가 활성화되면 비싼 오리지널 약을 안 쓰고 같은 효과의 저렴한 대체약을 사용함으로써 획기적으로 건강보험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

단골 약국은 집 근처에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자주 가는 병원과 가까우면서 상담이 편한 곳이면 더욱 좋다. 이 약국에 지속적으로 나의 약력이 축적될 수 있도록 처방전을 가져가고, 평상시 나의 부작용정보도 알려주고,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에 대해서도 정보를 미리 주어야 한다. 이렇게 단골약국을 만들고 지속적인 상담을 하게 되면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고, 불필요한 지출도 막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골약국이 있으면 첫째, 약물 상호작용이나 중복투약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를 줄여주고, 국가의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약물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많은 장점이 있는 단골약국은 국가가 나서서 제도화하면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을 비롯해서 노령층이 많은 선진국에서는 단골약국을 제도화하고 있다. 제도화 전이라도 나와 가족을 위해서 단골약국을 하나 선정해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김진수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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