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축구광이었던 나는 축구부 형들이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용기 내 감독 선생님께 입단을 요청했다. 축구는 잘하지만 아직 키가 작으니 10㎝ 더 크면 찾아오랬다. 수시로 키를 쟀다. 키 큰다는 음식은 매일 찾아 먹었다. 어른들 말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키는 내 마음대로 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애 첫 ‘희망고문’이었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외식을 할 수 있다. 또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식당ㆍ카페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10시까지 운영이 제한된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정부는 확진자 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자 7월부터 6~8인까지 모임을 허용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자정으로 완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방역 조치 완화 발표가 성급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변질됐다. 소비 진작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주저앉았다. 혹자는 정부의 방역 정책을 웃프게(웃기고 슬프게)도 케겔운동에 비유했다. 규제를 조였다, 풀었다 하며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고 비꽜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1년 이상 지속되는 규제에 피로감이 쌓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고통이 가중된 셈이다.
▶희망으로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 이런 상황을 ‘희망고문’이라 부른다. 정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정부의 방역 정책을 통해 ‘희망고문’을 경험했다. 정부는 다음 주 초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오는 26일부터 적용할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짧고도 강력한 조치로 4차 대유행을 막겠다고 각오를 다진 정부다. 이번에는 국민은 물론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공감대까지 확보할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해본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