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탄소국경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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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는 탄소 고배출 산업에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ㆍ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라고도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지난 14일 2030년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탄소국경세 입법안도 공개했다.

탄소국경세는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새로운 조치다. 사실상의 추가 관세다. EU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역내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데, 동일한 탄소배출에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이 많은 5개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시범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탄소중립은 지구촌 전체가 동참해 이뤄내야 할 과제다. 특정 국가나 지역의 노력만으로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는 탄소중립에 일종의 벌금을 부과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미래 세대와 지구를 위한 조치로 이해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소국경세를 무조건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당장 철강과 알루미늄 등을 수출해 온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지난해 EU에 철·철강 1조8천억원, 알루미늄 2억2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때문에 탄소국경세가 가격상승을 초래해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탄소국경제 도입으로 탄소중립이 새로운 무역장벽 수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기업들도 탄소배출 감축 실행계획을 세우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상황에서 국경세까지 부과하면 이중규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정부는 EU에 우리 기업의 노력을 설명, 탄소국경세를 당분간 면제 또는 완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탄소중립 가속화를 기업 호재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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