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더 빨리” 유통업계의 ‘퀵(quick) 커머스’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을 넘어 ‘분(分) 단위’ 배송 경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배송 단축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이젠 1시간 내 배송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근거리·단시간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숏(short) 커머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류창고 대신 편의점·슈퍼마켓·음식점·화장품 가게에 있는 상품을 가까운 소비자에게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GS리테일은 지난달 22일부터 ‘49분 번개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전용 주문 앱에서 ‘우동(우리동네)마트’를 선택해 주문하면 인근 GS슈퍼마켓에서 49분 내 배달해 준다. 그동안 ‘1시간 배송’ 서비스를 했는데 11분 단축했다. GS리테일은 번개배달 서비스 도입 후 주문이 4배가량 느는 등 고객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은 화장품 즉시 배송서비스인 ‘오늘드림 빠름배송’의 평균 배송 시간을 45분으로 단축했다. 2018년 12월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3시간 배송’을 내세웠는데, 작년엔 평균 배송 시간 55분, 올해 상반기는 10분이 더 줄었다. 더 빠른 배송으로 오늘 드림 전체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쿠팡은 지난 6일 생필품·먹을거리 등을 배달하는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10~15분 배송을 내세웠다. 현재는 서울 송파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조만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도 한 건의 주문을 20~30분 내에 바로 배송하는 ‘배민1’ 서비스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유통업계에선 상품이 비슷하다 보니 배달 속도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더 빠른’ 배송은 업체 간 출혈 경쟁과 배달원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택배노동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2차 사회적 합의를 한 게 얼마 안됐는데 다른 한편에선 1시간 배송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씁쓸하다. 배달노동자 안전은 아랑곳 않고 시간을 다투는 무한 경쟁으로 고객을 확보하려는 유통업계는 자성해야 한다. 소비자 편의만 앞세우지 말고 이를 위해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건강ㆍ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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