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건희 미술관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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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통근 결단을 내렸다. 이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2만3천여점의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모두 환영했다. 그리고 이른 바 ‘이건희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기증품을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자체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시작됐다. 저마다 이건희 미술관의 최적지라며 유치 경쟁을 벌였다. 도내 지자체 중에는 수원시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건희 묘지가 수원에 있는데다 삼성전자 역시 위치해 있는 등 명분을 강조했다. 이어 인천, 평택, 용인, 과천, 오산 등 지자체가 미술관 유치를 희망했다. 경기ㆍ인천 지역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서 과열 조짐까지 보였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미술관 유치전은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이건희 기증관(가칭) 부지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문광부의 이건희 기증관 예정부지 결정 이유를 보면 이들 부지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만하다는 것. 또 유치전을 벌인 수많은 지자체를 의식한 듯 지역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증관 건립과는 별도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권역별 분포와 수요를 고려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발표는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문화 인프라가 있는 곳에 또다시 문화시설을 강화하겠다는 것. ‘문화 인프라가 없는 지역은 미술관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 ,‘단 가끔 순회 전시는 가 줄게’라는 식이다.

 

▶미술관의 기능이 전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연구, 보전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지방은 문화전문 인프라가 없으니 배제한다는 것에 동의할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정부는 균형발전 기조를 늘 강조해 왔다. 그래서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반발 속에서도 강행하고, 일부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이건희 미술관 부지 선정 기준은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와도 맞지 않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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