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르신 놀이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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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처음 교육을 받게 되는 곳이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 유치원에 가서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고, 친구들도 사귄다. 아침이면 유치원 버스가 집 앞에서 아이를 싣고 가고, 일과가 끝난 후에는 다시 집에 데려다 준다.

어르신들은 위한 유치원 비슷한 곳이 있다. 일명 ‘노치원’이라 부른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노치원의 대표적인 시설이 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다. 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을 위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경증치매나 중풍 등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프로그램과 식사를 제공한다. 저녁이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요양원 입소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줘 어르신뿐 아니라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00년 7%(고령화사회)에서 2018년 14%로 증가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인데 2025년에 진입이 예상된다. 노인 돌봄 시설이나 복지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얼마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남 공주에 ‘어르신 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공주 춘수정 공원 안에 2천100㎡ 규모로 만들어진 어르신 놀이터에는 근력을 늘리는 기구뿐 아니라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키우는 어르신 맞춤 운동기구가 설치됐다. 또 공연 무대와 족욕장, 정자, 전통놀이터 등도 만들었다. 공원 안에 무료식당을 마련해 코로나 상황을 봐가며 놀이터를 찾는 어르신에게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주시는 이곳을 ‘돌봄+휴식+놀이+운동+문화’를 아우르는 힐링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주의 어르신 놀이터는 고령화 사회를 일찍 맞이한 북유럽 등 해외의 노인 놀이터 모델과 운동기구를 도입했다.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춘 ‘무장애 시설’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지만 노후생활이 외롭고 건강하지 못한 어르신이 많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르신 놀이터가 어르신 친목 도모와 체력 증진 등 행복한 노년생활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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