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풍이 언제 지나가나요?

배영환
배영환

“이번 태풍이 언제 지나가나요?”, “○○○지역 강수량이 얼마나 되나요?”, “나무가 쓰러졌는데 다친 사람은 없어요.”

작년 8월과 9월에 걸쳐서 평년보다 많은 3개의 태풍(장미, 마이삭, 하이선)이 우리나라를 지날 때 접수됐던 119신고 내용이다.

매년 여름에는 풍수해로 인한 산사태, 시설물 붕괴뿐만 아니라 가옥과 도로의 침수, 가로수와 전신주 전도, 간판 낙하, 차량 침수 등과 같은 크고 작은 다양한 사고가 발생해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쉴새 없이 빗발친다.

작년 한 해 동안 경기북부 10개 시ㆍ군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가 접수한 119신고 건수는 총 51만 9천여 건으로, 매일 1천400여 건의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풍수해와 같이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신고가 10배 이상 급증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9월 7일에는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하루에 평소보다 12배 많은 1만6천여 건이, 2020년 8월 3일 경기 북부 집중호우 때에는 3배가 많은 4천200여 건의 119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러한 신고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 본부에서는 기상 특보가 발령되어 풍수해 등 자연재해가 예상될 때는 사전에 상황실 비상근무 체계를 가동하여 평상시 12대의 신고접수대를 최대 48대로 네 배 이상 증설하고, 119전화가 통화중일 때 SMS(문자)나 119신고앱 등 여러 매체를 통한 신고가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책으로도 특정 시기에 평소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많은 119신고를 실시간으로 모두 신속히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한 신고내용처럼 가로수 전도 등 인명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고나 태풍경로, 강수량 등 단순 문의사항에 대한 다수의 비긴급 신고전화는 긴급한 상황에 대한 신고접수를 지연시키고 결국 소방대의 출동도 늦어지게 한다. 실제로 작년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남부지방에서는 평상시 보다 55배로 폭주한 119신고로 인해 정작 인명구조가 필요한 신고전화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도민들께서는 풍수해 기간 중에 긴급한 출동이 필요하지 않는 민원사항이나 단순 문의는 119보다는 지자체 등 관련기관 또는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 우선 전화해 주시길 거듭 당부드린다. 신고가 폭주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여러분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로 비긴급 신고가 감소하면 인명구조가 필요한 재난에 대하여 신속히 현장에 소방력을 출동시켜 소중한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이제 곧 더위와 함께 태풍과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집, 사무실 등 생활 주변을 잘 살펴서 피해가 없도록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하고, 신고 폭주가 우려되는 풍수해 상황에서는 119전화가 “인명 구조 최우선”이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야말로 긴급한 상황에서만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영환 북부재난종합지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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