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지키는 모습을 보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가.
최근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일정 논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보궐선거의 결과에서 아무것도 느낀 게 없는 것 같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거대 집권 여당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당이다. 그러한 정당에서 최근 ‘약속’ㆍ‘신뢰’ㆍ‘공정’이라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본인들이 만든 당헌ㆍ당규에 명시된 경선 일정을 바꾸려 한다. 이는 당원들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다.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신뢰를 잃게 된다. 신뢰가 깨지면 경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특정 집단의 유·불리에 따라 정해진 룰을 변경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공정하지 않다.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후보를 낸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돌이켜보자. 만약 민주당이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으로 비춰줬을까. 집권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보였을까. 제3의 후보를 내세우며 민주당의 외연을 더욱 확장했을 수 있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야당에 ‘패배’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지 않아도 될 선거를 자신들이 약속한 것까지 져버리고 후보를 내 억지로 패배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까지 룰을 바꾸려 한다.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프로야구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해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판독 결과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항의를 계속하면 즉각 퇴장 조치된다. 계속 항의를 하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이 떼를 쓴다고 경기 도중에 룰을 바꿀 수도 없지 않은가.
민주당 경선 논의도 이 정도면 됐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의 의견도 충분히 들었지만, 많은 국민은 경선 연기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않는 듯싶다. 이제는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더이상 항의 하는 자, 끝까지 룰을 못 지키겠다는 자는 퇴장 시켜야 한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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